남편의 추억을 따라 서울 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많은 테마들이 있는 서울.
그중에서도 살아온 흔적이 묻어있는 곳을 더듬어 따라가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살아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저희 부부도 나이가 들어 지난날을 추억할 때
이렇게 글을 통해 흔적을 조금이나마 남겨놓는다면 훨씬 즐거울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사회를 갓 출발해 용기만으로 도전했던 청년기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초등학교 시절로 넘어가는 곳으로 이어지네요~ㅎㅎ
외식 통닭의 매콤 짭쪼롬한 맛에 빠지던 날...
벌써 25년 전의 일이니.. 그 시절에는 그리 넉넉한 살림들이 아니었죠.
학교 졸업할 때, 제일 많이 찾던 외식 음식점이 자장면 집이었으니까요.
자장면이 최고로 좋은 음식이었던 때, 거기에 탕수육이면 말 다 했던 때,...ㅋㅋ
(기억나시죠~?? 지금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타박할 젊은이들이 많죠..)
그때 아는 형님이 한 번 사준 KFC의 치킨을 맛보고 세상에 이런 맛이구나... 싶었대요.
그래서 다음날부터 약 일주일간을 매일 아무도 모르게 몰래 가서 KFC 치킨을 먹었다고 해요..
그리고는 질려서 못 먹었다고 합니다.ㅋㅋ
어린 마음에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매일 갔을까요...
그래서 25년이 지난 오늘...
그 기억을 살리면서 KFC에서 늦은 아침으로 하루의 식사를 열었습니다.
배고파서 그런지~~ 완전 맛있었어요.
오늘따라 손님도 많고 점원들의 정성이 어린 손길 때문인지..
기다리다 지쳤을 때 먹었더니.. 꿀맛 있었습니다.
역시 배고픔은 모든 음식을 최상의 맛으로 끌어올리는 마성의 힘이 있어요..ㅎㅎ
냉동 식품 사업에 뛰어든 청년의 때...
군대를 다녀와서 젊은 용기에 단돈 200만 원으로 냉동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가난했기 때문에 번듯한 사무실은 낼 수 없었던 터라
연신내 골목의 가게에 딸린 지하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했다고 해요.
그곳에서 있었던 꼬맹이와의 인연,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새벽에 곳곳에 배달했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와서 보게 됐습니다.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아직 그 장소는 그대로라며
바로 앞의 부동산을 보더니 무척 반가와 하더군요.
풋풋하던 젊은이의 도전은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많은 굴곡을 겪은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 배달을 하면서 9번 이상을 차 밑으로 들어갔다고 하니...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기적인 셈이죠..
그래도 꿋꿋하게 견디고 일어서는 오뚝이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멋집니다.
처음 부도나던 날... 함께 했던 세무서
사업이라는 것은 실패도 하면서 성장하는 것이죠.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으니까요.
사업을 시작한 청년에게도 부도는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이었나 봅니다.
첫 부도를 맞고 그 모든 일의 처리를 함께 했던 곳이 이곳 세무서래요.
그리고 세무사들이 있는 사무소가 바로 근처에 있구요..
아직 그대로라고 하면서 그때 일을 떠올렸습니다.
다 지난 일이 되어 버렸네요..ㅎㅎ
지금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게 삶은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남편의 여자친구들...ㅎㅎ
남편은 자신의 여자친구들 이야기를 서슴없이 이야기해 줍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열 손가락을 넘어가요
처음에는 귀에 거슬렸는데 이제는 같이 농담도 하고 그 사람의 추억 속의 소중한 보물처럼 느껴집니다.
아마 이렇게 될 줄 알고 길들였던 것 아닐까요..ㅎㅎ
여자친구들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근처에서 감자탕을 먹고 볼링장을 가고 노래방으로 끝을 맺었다고 해요..
늘 있었던 코스래요..
그때는 모든 회식의 끝이 노래방이었던 시절이니까요
예전에는 첫 건물의 맨 윗층에 볼링장이 있었다면서 자신의 볼링 실력이 수준급이었다고 자랑합니다.
뭐 그리 대단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자신이 잘 다녔던 그 노래방이 아직도 있다면서 그 앞에서 한 컷 찍었습니다.ㅋㅋ
다음에 오면 사라지고 없을 수 있으니까요.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주차장에서 싸우고 그날로 헤어졌다고 합니다.
바로 그 장소라면서 그 앞에서도 한 컷~ㅋㅋㅋ
참.. 기억력도 좋아요..
아직 이름도 기억하네요..
30여 년 전의 집 찾기
이제 거슬러 거슬러 초등학교 때 살던 집을 찾아가 보기고 했습니다.
아침부터 비도 내리고 쌀쌀했는데 오후가 되면서 구름 사이로 햇살도 간간이 비추기도 합니다.
그 햇살이 고맙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따라 걸어 올라가는 길..
예전에는 산이었던 곳이 이렇게 고급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길을 마주하고 반대편은 예전 그대로 허름한 빌라들이 있구요..
대비가 확실하게 보입니다.
이렇게 고바위 길을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다녔다고 합니다.
그때는 엄마가 주신 용돈이라고는 버스비가 전부여서 그 돈을 아끼려고 걸어 다녔는데 그 길이 어찌나 멀고 힘들었는지 죽을 맛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다 큰 어른이 돼서 걷고 있으니... 세월이 참.. 무상합니다.
동네 어귀에 있던 병원... 이름이 바뀌었네요
그렇게 고바위길을 넘어오니...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예전에는 온통 낡은 빌라와 벽돌집으로 되었던 곳에 번듯한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산 중턱을 깎아 세워진 고급 아파트들과 그 사이로 난 넓은 도로...
지금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워합니다.
예전에는 유명한 정신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름을 바꾸어 순화했네요.
그때.... 병원에 입원했던 아저씨와의 대화도 재미있었는데...생략합니다.ㅋㅋ
산 중턱 집으로 올라가던 그 길에는 고급 아파트가 ...
그리고 아직 변하지 않은 옛적 길...
항상 집에서 학교까지 산 중턱에서 내리막기로 이어진 길을 달렸던 그 길은 절반은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신호등을 사이에 두고 절반을 그대로입니다.
좌우로 이어진 벽돌집들... 예전에는 무척 잘 사는 사람들의 상징이었죠.
그래도 세월 앞에서는 모두가 낡아지고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섰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이 보이고 오래된 낡은 건물에서 보낸 초등학교 시절을 추억해 봅니다.
3학년 때 자신을 좋아했던 여자친구의 이름과 담임선생님의 별명이 '주전자'였다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데..
참.. 기억력이 좋은 편이죠..?ㅋㅋ
집으로 오는 길에...
집으로 오는 길, 빵 3개에 천 원이라고 써 붙인 간판 앞에서 걸음을 멈칫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야~???
서울은 참... 먹거리가 가성비 갑인 곳이 확실합니다.
불광역 전철에서의 추억.
마지막으로 불광역 전철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추억을 떠올립니다.
젊었을 때, 만취해서 기차를 내리지 못하고 기차 기지까지 들어갔던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새벽에 청소하는 분들이 깨워서 밖으로 나오긴 했는데 새벽 추위 때문에 화장실에 있다가 전철 셔터가 닫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일들이 있던 곳이래요..ㅋㅋ
남자분들에게는 한 번씩은 있던 일 아닐까요..??
오늘은 남편의 추억을 따라 하루를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기분도 상쾌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고마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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